소와 종교 <2>
 
늘푸름홍천한우클러스터 사업단
단장  이 종 헌
 
2. 소와풍습

 매년 음력으로 정월보름날 아침에는 부럼도 깨물고 더위도 파는 풍습이 있는데 소에게도 이러한 풍습이 전해지고 있다.
우리동네에서도 이날 소에게 동쪽으로 뻗은 복숭아나무 가지를 꺾어서 목에 걸어주는 풍습이 있었다.
아버지는 매년 그랬듯이 남보다 먼저 좋은 가지를  걸어주려고 새벽부터 닥달이시다. 음력 정월보름이면 살을 깍는듯한 추위에다가 눈도 많이 오는 때이다.
신발이라야 타이야표 꺼먹고무신을 신고 아침일찍 해야하는 일이기에 어린나이에 화가 나기도하지만 호랑이같은 아버지의 심부름을 거역한다는 것은 감히 생각조차 못하는일이다. 만만한 누렁이에게 눈을흘기고 나가지만 우리집 누렁이는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망울만 꿈벅거릴 따름이다.
 이렇듯 우리나라에는 지방에따라 소에대한 풍습이 많이 있었다. 이를 신앙으로 보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으레 그렇게하는 것은 다 소가 잘되고 병들지 않으며 집안이 풍요로워지려는 이유인 것이다.
 
가. 제주의 풍습
 제주도에서는 축일(丑日)을 “쉐날”이라고한다.
매년, 처음맞이하는 축일을 상축일(上丑日)이며 “첫쉐날”(첫소날)이 된다.
이날에는 맷돌질과 방아찧기, 그리고 방망이질을 하지 않는다.
흔히 정월 첫소날에 맷돌질, 방아찧기, 방망이질을 하면 그집에는 마소와 돼지 따위의 가축이 모두 죽어서 멸망을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라한 맷돌과 방아는 보통 소막(우사)에 두게되는 것으로 볼수가 있는데 이것은 또한 소와 어떠한 인연이 있다고한다.
 소막에 불이붙었을 때 그것을 본 집주인은 우선, 그 소를 살리고자 밖으로 끌어내지만 그 소는 소막에있는 맷돌과 방아를 먼저 꺼내지 않고서는 끝내 밖으로 나오지않으려 버티고 서 있는데 설사 소임자가 그 소를 억지로 소막 밖으로 끄집어내었다 하더라도 그 속에 방아가 있는 한 소는 다시 불붙고 있는 소막으로 들어가서 결국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농.어촌에서는 외양간에 불이 붙으면 무엇보다도 먼저 그속에 있는 맷돌과 방아를 끄집어낸 후에 소를 이끌어내는 풍습이 있다.
 또, 속담에 “새해날 첫쉐날(上丑日)에 밭 아니간다”라는 말이있다.
새해되어 처음맞는 이 소날에 밭을갈면 그해내내 보습(쟁기날)이 부러지는등 흉을면치못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날에는 “축불관대”(丑不冠帶)라고해서 관을 쓰지않는다고 한다. 그렇기때문에 제주도에서는 축일(丑日)에는 절대로 결혼을 하지않았다고 한다.
또한, 소를 잃어버렸을때는 막우제를 지내야 소를 찾게된다고 한다.
소막에 매어둔 소를 도적놈이와서 억지로 끌어갔다든지 해서 잃어버렸을때의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소를 잃어버렸을때 막우제를 지내면 소가 제대로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막우제는 소막에서 지내는 제례인데 이때의 제물에는 잡싯메(보시기에메밥을담은것)네개와 갯갓지숙(海魚)한개와 술잔 한잔을 따라올리면서“아무날 아무시에 집나간 쉐(소)를 찾아줍서”하며 마구할망한테 제를 지내면 그것으로서 소가 집을 찾아온다고 한다(자료:남국의 민속-1980/교학사)
 
나. 다른지방의 풍습
 경기지방에서는 정월들어 첫 번째 축일을 소날, 소돌보는날, 상축일이라고 부른다. 첫 번째맞는 소날은 소의 명절날이다. 그러므로 이 날은 소에 일을 시키지 않는 것은 물론이요 쇠죽에 콩을 많이넣어 소를 잘 먹인다.
소 날에는 도마질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쇠붙이를 다루지 않는다. 이날 연장을 만지면 쟁기의 보습이 부러지고 방아를 찧으면 소가 기침을한다.
연자방아는 소가 멍에를메고 돌리는것이므로 자연히 소에게 일을 시키는 결과가되므로 연자방아를 찧지않았던 풍습이 그 외의 방아에까지 번진 것이다.
그리고 이날은 곡식을 집밖으로 보내지 않는다. 곡식을 퍼내면 소에게 재앙이 온다고 하여 꺼리게 된 것이다.
 전남지방의 농가에서는 정초부터 그해의 풍년을 염원하는 뜻에서 여러 가지 소곡(所穀)하는 의례(義禮)가 있다. 그중에는 농가의 역군인 소를 상축일에 일부러 시험경운(試耕)시키는 일이 있다.
겨우내 집에서 먹였던 소를 밖으로 끌어내어 논밭에 나가 쟁기를 씌워 몇두락의 땅을 뜨게 하는 것이다. 이것을 이곳에서는 “소방아리부린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농경을 시작하는 길일(吉日)을 택하여 이 일을 행한다.
경남지방에서도 상축일에 도구방아(절구질)를 찧으면 제집소가 골이아파 죽는다.
방아를 찧으면 자기가 소머리(頭痛의일종)를앓는다. 칼질하면 제집소가 발에 병이생기거나 다친다. 부뚜막에 촛불을 켜놓고 떡국을 먹으면 바람머리를 앓지않는다.
소는 논밭에 끌고가서 땅을 가는일을 시키면 소가 힘이 세어지고 좋다는 등의 풍습을 지켜왔다. 보리할매가 소날에 올라가기 때문에 정초에 축일(丑日)이 앞에 들수록 그해 소가 비싸다고 한다. 소날이 가까워지면 우시장의 소가격이 상승한다고 한다. 이는 소날에 소를사면 좋다는 속신(俗信)이 있기 때문이다. (참고: 고대민족문화연구소발행-남국의풍습)
 
다. 중국의 풍습
 중국의 봄맞이는 2월5일경(立春)에 시작되며 이 의식에서 춘우(spring ox)를때리는 의식이 거행된다. 이때의 춘우는 봄의 소생을 위해 점토(흙)로 만들어진 것이며 그 소옆에는 역시 점토로 빚어만든 우망(牛芒)혹은 망신(芒神)이라 불리는 목자(牧者)가 따르는데 그 청년의 역할은 버드나무가지로 소를 때리는 일이다.
이때 그는 녹색코트에 흰띠를 두른다. 소의 색깔이나 꼬리의 상태, 예컨대 꼬리가
들려있는가 처져있는가? 혹은 소가 누워있는가에 따라 수확이 많은가적은가? 재난이있는가 없는가? 봄이 빠른가 늦은가를 점치기도 한다. 이런광경은 전반적으로 봄맞이 놀이에서 소년소녀들이 채찍으로 소를 쫓으며 “디티람보스춘가(春歌)”를 부르는 의식과 같으며 심지어 고대 이집트의 풍요의식과도 공통성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참고:한국미술의 기원-박용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