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의 역사를 찾아서
 
늘푸름홍천한우 클러스터 사업단
단장 이종헌
 
1. 머 리 말
 
어린 시절, 서당고개너머 냇가에서 소 풀을 뜯기던 일들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은 여럿이 한데 몰려다녀야 재미있는 놀이꺼리가 생기게 마련이고 소들도 어린 주인집아들놈과 함께 들로 냇가로 풀을 찾 아 나서는 일은 즐거운 일이었을 것이다. 시냇가 주변은 언제나 풀을 뜯기에 충분한 장소이기에 밧줄을 길게 늘여놓고 말뚝을 박아 풀을 뜯도록 하는 것이다.
가끔씩 심술궂은 놈이 고삐를 풀고 달아나 남의 콩밭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날도 있지만 아이들은 언제나 소를 적당히 매어두고는 미역도감고 참외도 깨트려먹으면서 풀섶을 더듬어 붕어를 움키기도 한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면서 붉은 노을을 토할 때 배부른 동네 소들은 줄지어 집으로 돌아온다. 소가 아이들을 몰고 오는 건지 아이들이 소를 몰고 오는 건지 구별이 안되지만 때로 순한 암소 등에 올라타 재잘거리며 집으로 오곤 하던 그런 시절들이 그리워진다.
불과 30～40년전만 하여도 한우는 이렇게 사람들과 어울려 살았으며 농촌에 없어서는 안되는 귀중한 보배였다. 소가 실패하면 마치 온가족이 파산되는 것처럼 귀중한 재산이었으며 기운 센 일꾼이기도 하였다. 그런가하면 도회지로 유학간 큰 아들의 유일한 학비밑천과 혼사때 살림밑천이 또한 한우가 아니었던가?
우리의 선조들은 소를 한 가족과 같이 여기며 살아왔었다.
민담이나 신화를 통하여 보아도 한우는 우리 민족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로 등장하고 있으며 우리가 그리워하며 목말라하는 민족정서와도 가장 걸맞은 소재이다.
『전통문화에 담겨진 소의 상징은 때로는 무지몽매한 어리석음과 아둔함, 그리고 고집의 대명사인양 어리석은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보다는 순박하고 착하며 어질고 부지런함의 대상으로 희생과 충직, 그리고 힘과 풍요로움, 나아가 세파에서 벗어난 여유와 평온과 자유를 의미하기도 했다. 이들의 상징은 조형예술 속에도 강하게 배어있음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한국 전통미술 속에 나타난 소 중에서-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 이원복』
그러나 리어카가 들어오고 경운기가 논밭을 헤집고 다니면서부터 힘든 일을 도맡아 해왔던 소들은 점차 기계화에 밀려 일자리를 잃어 갔고 우리는 소를 길러 고기를 팔아 돈을 벌어 들이는 약삭빠름을 보여주고 있었다.
 소는 사람에게 맛있고 영양이 풍부한 젖과 고기를 공급하고, 강한 힘으로 어려움을 참으며 논밭을 갈면서 마차를 끌기도 하였다. 또한 질기고 아름다운 가죽과 작물에는 풍부한 거름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사람이 이용하지 않는 풀을 주 사료로 하여 사람과 먹거리경쟁도 없었다.
따라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소를 기르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하여 길러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