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의 역사를 찾아서
 
늘푸름홍천한우 클러스터 사업단
단장 이종헌
 
4. 고구려 벽화에 나타난 한우
 
  단군시대부터 소가 길러졌다는 문헌은『규원사화』에서 찾을 수 있었으나 그 시대의 소는 흰 소라고만 알고 있을 뿐 어떠한 형태의 소였는지는 나타나있지 않았다.
  우리나라에 나타난 소 그림 중에서 가장 오래되었다고 보는 것으로는 구석기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경남 울산군 상북면의 반구대에 새겨진 암각화 중에서 발견할 수가 있다. 현지까지 직접 가보지는 않았지만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서 탁본한 것을 보면 현대의 소 그림으로 유명한화가 이중섭이 그린 소와 매우 흡사한 느낌을 받았다. 또한 신라시대의 토우나 무덤주위를 돌린 십이지신상의 조각 중에서도 소를 볼 수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소의 형상은 확실하다 하여도 그것이 한우라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며 역사적으로 한우라고 확신할 수 있는 자료 중에 유일한 것으로는 고구려의 고분벽화를 대하는 것 뿐이다.
 고구려는 고조선(단군조선) 과 부여의 문화풍습을 이어받아 그것을 더욱 발전시킨 봉건국가로서 기원전1세기초부터 기원후 7세기중엽에 이르는 약800년간정치, 경제, 문화, 군사등 여러 분야에 걸쳐 크게 번성한 동방의 대 강국이었으며 선진문명국이었다.
『고구려문화의 정수를 이어 보여주는 벽화무덤은 인류문화를 풍부하게 하는데 크게 이바지한 보물이며 특히 그 벽화는 다양하고 풍부한 내용과 우수한 예술성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있다-주영헌:고구려 벽화무덤 중에서-』
 지금도 자손이 번성하면 조상의 묘지를 크게 하고 무덤주변을 화려하게 장식하여 선조의 위업을 기리는 것이 조상과 가문의 영광으로 여기고 있다.
고구려때도 무덤의 크기와 내부장식은 거기에 묻힌 사람의 신분이나 계급적 차이를 반영하고 있다.
 지배계급들은 자기의 권세와 위업을 표시하는 벽화를 장식함으로서 그 권위를 시위하였다고 하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그리이스의 신전과 같이 제단의 형식을 취하였을 가능성도 엿볼 수가 있다.
고구려고분벽화는 주제에 따라서 인물풍속도, 인물풍속도 및 사신도, 사신도등 3가지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다른 내용은 생략하고 외양간, 우차등 주로 소와 관계되는 내용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고자 한다.
가. 안악3호분과 우사
 한우와 관계가 깊다고 생각되는 벽화 중 우리에게 가장 관심을 많이 끌고 있는벽화는 안악3호분에서 나타난 『우사』이다.
안악3호분은 황해남도 안악군 용순면 유순리에 위치하고 있는데 축조년대는 서기357년이다. 이 무덤의 주인공에 대해서는 발견 이래로 여러 논란이 있는데 중국에서 귀화한 동수(冬壽)의 무덤이라는 설과 미천왕(美川王)의 무덤이라는 설도 있고 최근에는 고국원왕릉이라는 설도 제기되고 있으나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이 무덤이 왕릉이라는 점을 수긍하여도 좋다고 한다. 안악3호분은 지금까지 알려진 고분벽화가운데서 그 규모의 크기나 벽화내용의 풍부성에서 단연 으뜸이며 4세기경 동양에서는 그 예를 찾아보기 힘든 굴지의 유적으로서 고구려의 국력과 문화수준을 자랑하고 있다고 한다.
이 벽화의 내용을 통해보면 당시의 역사와 풍습을 생동감 넘치게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면서 세계미술사에서도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대작이라고 한다.


 
      <외 양 간:牛舍圖> 안악3호분
  골기와를 이은 우산각집인 외양간에는 검정소. 누렁소. 얼룩소등 3마리의 한우가 통나무 구유에 담긴 여물을 먹고있는 장면이다. 특히 소의 뿔, 코뚜레, 고삐 등을 빨간색으로 칠한 것이 매우 흥미롭다.
우리는 이 벽화에서『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의 동요에 나오는 송아지가 한우냐? 젖소냐? 하는 의문을 말끔하게 씻어 낼수가 있다. 왜냐하면 서기 357년에 이미 우리나라에 한우인 얼룩소가 있었으니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소를 가만히 살펴보면 인도소와 같은 견봉도 없고 물소처럼 크고 긴 뿔도 아니다. 엉덩이가 외국 소와 같이 평평하지도 않고 경사진 것이 영락없는 한우이다.
특히 목이 가늘고 입주위가 뾰죽한 것으로 보아 3마리 모두 암소가 아닌가 한다.
여물통은 지금도 강원도 산골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서 통나무 속을 파내서 만든 것으로 3마리가 함께 먹을수 있도록 하였다.
  더구나 외양간 위에 기와가 얹혀 있는 것으로 보아 그 당시 왕의 집에서 기르고 있는 소이거나 높은 신분을 지닌 사람을 태우는 소가 아닌가 여겨진다.
 하여튼 이 벽화는 지금까지 알려진 한우 그림 중에서 가장 확실하고 오래된 그림으로 한우연구에 매우 귀중한 자료라고 판단이 된다.

 나. 수 렵 도(Hunting Scence)에 나타난 우차
 고구려는 우리 한민족이 세운 나라 중 가장 광대하고 강력한 나라이며 문화적인 면에서도 삼국시대의 나라들을 앞서서 이끌고 영향을 끼쳤던 나라인데 그 문화는 호방하고 진취적이며 활력이 넘치는 나라이었던 것이다.
지역적으로는 중국과 서역의 문화를, 종교와 사상적으로는 불교와 도가사상을 수용하는 등, 외래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으면서도 지극히 독자적이고 독특한 문화를 창출하였다.
또한 넓은 만주벌판에서 위세를 떨치면서 중국을 통일한 수.당(隋.唐)나라의 동진을 막으면서 우리민족 불굴의 기상을 드높여준 당당한 나라이기도 하다.
서기645년 안시성(安市城)혈전에서 끝까지 저항하는 고구려인을 보면서 “성이 함락 되는 날 고구려 남자들은 다 죽여버리자!‘ 라고 당태종에게 요구한 이적(李勣)의 표현에서도 고구려인의 투지를 엿볼 수가 있다.
이렇게 힘차고 동적이며 긴박한 느낌을 주는 수렵도는 고구려 고분벽화가운데 가장 활달하고 힘찬 고구려인의  기상이 넘치는 대표적인 그림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냥장면은 오른쪽에 배치된 나무의 왼쪽에 그려져 있으며 나무 오른쪽에는 두 대의 우차(牛車)가 상하로 그려져 있다.
새 깃털이 장식된 모자를 쓰거나 흑포(黑布)를 둘러멘 다섯 기마인물이 시위를 당기며 사슴과 호랑이를 쫓고 있는 사냥장면은 산악사이로 혹은, 산악위로 좌측에서 우측으로 진행되며 생동감 있게 전개되고 있다.
고구려시대에는 여려 우차가 등장하는데 임금의 행차인 듯한 수레나 장례식 때 쓰는 수레등도 매우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이별하는 장면들에서 소를 발견할 수가 있다.